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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vera

Baseball 2007.10.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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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말 양키 전성시대를 지내는 동안, 양키스에서 제일 무서운 선수는 위 사진 속의 저분이셨다. 메이져리그 전체 영구결번인 42번 유니폼을 입으시고, 동네 아저씨로 생각되는 사복 입은 모습, 게다가 머리까지 살짝 벗겨지신, 마리아노 리베라. 가장 무서운 존재면서 동시에 개인적으로 양키스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생각했던.

지터가 뉴요커스러운 샤프하고 깍쟁이 같은 이미지라면, 반대로 리베라는 우직하게 앞만 보고 달리는, 그래서 도무지 잔머리라곤 굴릴줄도 모르고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시골 아저씨를, 주구장창 던져대는 그의 커터를 보면서 떠올리곤 했다.

리버스 스윕으로 끝난 2004년의 그 시리즈가 시작할때, 리베라가 가족문제로 파나마로 가서 초반 출장이 불투명하다는 뉴스에 얼마나 기뻤던지, 그리고 그가 1차전 게임도중 양키스타디움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보고 얼마나 절망했었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동시대의 또다른 위대한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만이 큰 게임에서 몇 번의 실패-예전 월드시리즈나 올해 타이브레이커-를 경험하셨던 반면, 이 분은 길게는 2이닝, 여차하면 3이닝까지도 끄떡 없이 막아주시던, 말 그대로 최강의 마무리셨다. 공의 무브먼트가 얼마나 심했으면 어떤 해설자는 리베라 공을 잘 치는 타자는 컨택이 정확한 타자보다는 부정확한 타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했을까나. (2001년 월드시리즈의 토니워맥이 그런 케이스 아니었을까) 혹 어쩌다 한번씩 B.S를 기록할때도 제대로 두들겨 맞아서 그랬던 기억은 별로 없는 듯 싶다. 애리조나 우승의 그 7차전에서도 제대로 맞은 안타는 워맥의 그 것 하나였고...

각설하고 몇년전부터 포스트시즌에서 헤매고 있어도, 포스트시즌에서 만나면 늘 무서운 양키스가 정말 맛이 갔다고 느낀건 올해 초, 보스턴과의 홈 경기에서 난타당하던 리베라를 보고 나서였던 것 같다. 예전처럼 바가지 안타따위로 실점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받쳐놓고 치던 보스턴 타자들을 보면서 느낀건 저건 그들이 리베라를 숱하게 만나면서 얻은 적응의 문제라기 보다는, 리베라 본인의 구위가 맛이 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늙어버린 리베라를 보면서 이제는 양키가 진짜 대대적인 팀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리베라는 제 자리를 찾은 듯 보였고, 양키도 후반기 대약진으로 포스트시즌에 어렵지않게 진출했다. 한때 10게임도 넘게 차이났던 보스턴의 선두자리를 위협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오늘...양키스가 인디언스에게 져서 탈락한 그 게임 후반부를 잠깐 시청했다. 리베라는 8회에 올라와서 9회에 주자 2명을 내보내긴 했지만, 실점없이 마무리하고 내려갔다. 허나 9회에 주자 2명을 내보내는 리베라는 아직까지 적응이 안된다. 양키 유니폼이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은 리베라를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이번 탈락으로 조 토레 감독은 퇴진이 확실시 된다고 하고, 그에 대한 리베라의 코멘트는 ...

"...관계자들의 무성한 '뒷말'과 달리 선수들 분위기는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아버지처럼 따랐던 토리의 운명이 풍전등화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심각한 표정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이런 대접은 옳지 않다. '미스터 T(토리의 애칭)'에게 이렇게 대해서는 안된다"며 "공을 던지고 타격을 하는 건 선수들이다. 토리는 1년 내내 우리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해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멋지지 않은가? 역시 리베라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최고의 선수다. 패션 센스만 빼고.